지리산 왕시루봉 선교사 유적지 문화재 등록 난항

지리산권 사찰들 강력 반대에 부딪혀

2014-05-21 12:34:23  인쇄하기


(사)지리산기독교선교유적지보존연합(이사장 인요한 목사, 이하 보존연합)이 지리산 왕시루봉 선교사 유적지 문화재 지정 등록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지리산권 불교사찰들이 "자연환경 훼손하는 지리산 선교사 별장 철거하라"는 성명을 발표하 는 등 조직적 방해로 난항을 겪고있다. 

 
▲지리산 왕시루봉 선교사 유적지 (지리산기독교유적지본존연합 제공)

보존연합 오정희 상임이사에 따르면 지리산 왕시루봉 선교사 유적지는 고 김준곤 목사가 1억원을 들여 도꼬모모코리아(한국근대건축보존회) 연구 용역을 통해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 받았으며  2012년 10월 한국내셔널트러스트(이하 내셔널트러스트)에서 모든 검증 과정을 거쳐, ‘반드시 지켜야 할 자연 환경 및 문화유산’으로 인정받아 지난해 1월 (사)지리산기독교선교유적지보존연합이 ‘소중한 문화유산상’을 받을 만큼 역사적, 인류 문화적 가치를 인정 받은 유적지로서 문화재청에 근대문화재등록을 신청 한것이라고 밝혔다. 또 법적 등록 요건이 갖추어진 문화유산에 대해 불교계가 이런 저런 구실을 달아 방해하는 것에 대해 우려가 크다고 말하고 반면에 한국교회가 선교사유적지 보존에 관심을 갖지 않은데 대해 실망감이 크다고 말했다.

◆문화재청 반대측 눈치보며  늑장 처리
문화재청 근대문화재과 K과장은 오는 23일 현장 실사를 계획하였으나 6.4지방선거 이후로 연기했다고 본보와의 통화에서 밝혔다. K과장은 현장실사 연기 이유에 대해서는 지방선거 때문에 연기한다는 궁색한 답변을 했으나 불교계의 반발로 조사일정을 미룬 것으로 추정된다. 또 K과장은 문화재 등록을 위해서는 가치를 따져봐야 하는데 과거에 전라남도에서 문화재 등록이 거부된 사실을 들먹이며 선교사 유적지 문화재 가치에 부정적 선입견을 드러냈다. 또 유산 가치가 있다 하더라고 해당지역 환경단체나 시민 등의 반대가 있는 경우 문화재 등록이 안된 사례를 제시하며 원만한 등록을 위해서는 반대 해소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또 해당지역은 반달곰 서식지로서 이런 환경적 요인들이 걸림돌이 될것이라고 말해 문화재 등록이 쉽지만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불교계, "선교사 유적지 철거하라" 성명 발표
한편, 조계종 제19교구 본사 화엄사(이하 화엄사)가 지난달 4월2일 청와대 및 교육부, 문광부, 환경부, 서울대, 국립공원관리공단 등에 ‘지리산 유적지가 불법 건축물이며, 자격 없는 유산을 등록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바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 등 관계부처는 선교사 유적지는 정식 등록된 적법한 건출물임을 확인했고 일단락 되었으나 지난 9일 재차 성명서를 발표해 선교사 유적지 철거를 요구하고 나섰다. 

성명서에 따르면 ▲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선교사 별장이 자연환경을 훼손할 가능이 매우 큰 건물임을 명확히 인식하고 이를 조속히 철거하라. ▲ 교육부 장관은 서울대학습림에 존재하는 왕시루봉 선교사 별장이 등록문화재로 등재되는데 동의한 이유와 결정과정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라.▲ 문화재청은 왕시루봉 선교사별장의 등록문화재 등재시도 관련 일체의 자료를 공개하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은 금번 사태에 엄중히 대처하여 유사 사례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에 강력히 요구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시 화엄사, 쌍계사 등 지리산 권역의 전통사찰들은 수행환경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국가시책에 호응해 온 지금까지의 입장을 전면 취소하고 사찰 소유지내 역사적 유물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 작업을 통하여 불교유적에 대한 복원불사를 대대적으로 진행할 것이다.라고 압박을 가했다.  또한 “일부 기독단체가 국립공원내의 휴양시설이었던 왕시루봉 별장을 철거하지 않고 종교시설 확장과 선교활동을 도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리산 선교사 유적지는 한국교회의 산실로서 민족 문화유산가치 크다.
한편, 지리산 선교사 유적지는  노고단과 왕시루봉에 위치하며  이곳은 구한말 국권을 침탈당하는 아픔을 달래주며 민족정신과 하나님 나라의 소망을 심어 주었으며 예수님 사랑으로 위로하며 백성들의 친구가 돼 주었던 선교사들의 숨결을 느낄수 있는 곳이다. 이곳은 선교사들의 풍토병을 피하고 영적 재충전하는 장소로 사용되어졌으며, 이곳에서 노고단과 함께 한글성경 번역과 한글성경공부 교재의 번역이 이루어졌고 선교전략계획을 수립하는 장소의 역할로 크게 기여한 곳이다. 

지리산 선교사 유적지는 1921년부터 조성된 노고단 선교 유적지와 1962년부터 조성된 왕시루봉 선교사 유적지 2곳을 말하는 것으로, 지리산 선교사 유적지는 한국에 복음을 전하던 외국 선교사들이 당시 우리나라 풍토병을 극복하고 호남 및 남부지역에서 의료, 교육, 문화 선교를 계속하기 위해 세운 휴식처다.
 
3.1절 만세시위 선언문을 배후 지도하고 일제 식민시대의 부당함을 국제 사회에 알리는 등 우리나라 국권 회복에 앞장섰던 윌리암 린튼 선교사(2011년 건국훈장 애족장 추서) 역시 여름철이면 풍토병을 피해 미국식 오두막 집을 짓고 머물렀던 문화 인류학적인 자료의 현장이기도 하다. 지리산 수양관에 머물렀던 선교사들은 대구 동산 병원을 시작으로 광주 기독 병원, 전주 예수병원 그리고 수많은 중,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설립했다.
 
불교계의 방해에 대해 지난달 언론회는 논평을 발표한바 있다. 언론회는  “이 유적지는 단순히 선교적 가치를 넘어 건축적인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며 “선교사들이 지어 노르웨이, 영국, 미국, 호주 등 세계 각국의 건축 양식으로 구성된 특징이 있어 역사적, 문화적, 건축학적, 종교적 가치를 충분히 지닌 곳으로 이미 평가된 바 있다”고 밝혔다.  또 “지리산 선교사 유적지처럼 1972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이전의 건축물들은 선진국처럼 마땅히 보호 받아야 할 필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논쟁이 된다는 것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며 주무부서인 문화재청을 비롯한 정부에도 “불교계(화엄사)의 우리 역사와 관련된 선교사 유적지를 부정하고 폄훼하는 시각에 대하여 정확히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지리산 왕시루봉 일대 선교사 별장은 일제강점기에 선교사들이 건립한 휴양시설로 현재 12동이 남아있다.
   
다음은 화엄사와 지리산 권역 사찰들의 성명서 전문.

자연환경 훼손하는 왕시루봉 선교사 별장 철거하라
지리산은 민족의 얼이 살아숨쉬는 靈山이며 많은 문화재가 산재한 민족문화유산의 보고입니다. 그러기에 지리산 권역의 많은 전통사찰들은 수행과 전법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지만 공공복리적인 차원에서 이를 감수하며 인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기독교 단체에서 국립공원내의 휴양시설이었던 왕시루봉 별장을 아직도 철거하지 않음은 물론 등록문화재라는 제도를 활용하여 종교시설의 확장과 선교활동을 도모하고 있음은 실로 통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이러한 행위에 일부 정부기관들이 종교시설이라는 핑계를 대며 이런저런 눈치를 살피는 행위가 도를 지나쳐 이제는 묵과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왕시루봉 선교사 별장의 소재지는 서울대 학습림이자 절대적인 자연보존을 위한 국립공원지역으로 일반인들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는 지역입니다. 때문에 지난 2009년 진행된 등록문화재 등재요청시 불교계는 물론 다수 시민단체가 반대의견을 제시하였고, 일부 의견을 중재하고자 하는 단체에서도 위 건축물의 현 소재지 보존보다는 꼭 필요하다면 자연환경에 피해를 주지 않는 지역으로의 이전을 중재안으로 제시하였던 것입니다. 왜냐하면 문화재로 등록한다는 것은 보존의 문제를 동반하게 되는 바 이는 필연적으로 인공적인 조형물의 축조와 사람들의 출입을 가져와 생태계의 훼손을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
화엄사와 지리산권역의 전통사찰들이 이와 같은 문제점을 수없이 지적하며 합리적인 처리를 요청하였지만 정부기관과 문화재청은 무대책으로 일관하였습니다. 그런데 근자에 일부 기독교 단체들의 등록문화재 등재활동이 시작되면서 정부기관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현장 조사 등 일방적인 행정절차를 진행하고 있어 이에 대한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하며 다시 한 번 우리의 입장을 밝힙니다.

1.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선교사 별장이 자연환경을 훼손할 가능이 매우 큰 건물임을 명확히 인식하고 이를 조속히 철거하라 .

2. 교육부 장관은 서울대학습림에 존재하는 왕시루봉 선교사 별장이 등록문화재로 등재되는데 동의한 이유와 결정과정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라.

3. 문화재청은 왕시루봉 선교사별장의 등록문화재 등재시도 관련 일체의 자료를 공개하라.

4.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은 금번 사태에 엄중히 대처하여 유사 사례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에 강력히 요구하여야 할 것이다.

5. 이러한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시 화엄사, 쌍계사 등 지리산 권역의 전통사찰들은 수행환경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국가시책에 호응해 온 지금까지의 입장을 전면 취소하고 사찰 소유지내 역사적 유물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 작업을 통하여 불교유적에 대한 복원불사를 대대적으로 진행할 것이다.

불기 2558(2014)년 5월 9일

대한불교조계종 제19교구본사 화엄사
대한불교조계종 제13교구본사 쌍계사
남원 실상사 산청 대원사
구례 연곡사 구례 천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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