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대면 예배를 강행하는 교회는 시설 폐쇄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방침을 밝히자 한교연은 부당한 행정명령에는 굴복 할 수 없다고 23일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18일 성북구 사랑제일교회가 150여명의 신도들을 대상으로 대면 예배를 진행한데 이어 오는 25일에도 이를 강행하겠다고 예고한데 따른 서울시의 경고성 조치에 한교연이 나선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 21일 시청에서 열린 코로나19 온라인 브리핑에서 ‘거리두기 4단계에서는 종교시설은 비대면 예배만 가능하다. 현재 연일 확진자 수 증가로 거리두기 4단계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생기자 종교시설발 집단감염의 우려가 제기된 상황이다. 앞서 서울시는 대면 예배를 하는 종교시설을 적발할 경우 과태료 부과와 운영 중단 등의 조치를 했고 이에 더해 시설 폐쇄까지 검토하고 있다.’ 밝힌바 있다.
백운석 서울시 문화정책과장은 "(사전 차단을 위해)각 자치구에서는 교회 등 종교시설을 대상으로 4단계 방역수칙에 따라 비대면 예배를 하도록 설득 중"이라며 "그래도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와 운영 중단에 이어 시설 폐쇄를 검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한국교회연합은 즉각 반박 성명을 발표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한국교회는 방역수칙을 준수하되 예배를 금지하는 그 어떤 부당한 행정명령에도 굴복할 수 없다.
서울시와 구청이 일부 교회에 대해 대면예배 금지를 명한 방역수칙을 위반했다며 운영중단 명령을 내렸다. 아직까지는 과태료 부과 및 운영 중단 통보만 내린 상태이나 지시에 불응할 경우 시설 폐쇄 명령을 내리고 고발하겠다는 방침이다.
우리는 단지 교회에서 성도들이 예배를 드렸다는 이유만으로 교회 운영 중단과 시설 폐쇄 운운하는 서울시와 해당 구청에 묻고자 한다. 과연 이것이 종교와 신앙의 자유를 명한 헌법 정신에 부합하는 행위이며, 더 나아가 민주국가 공무원의 정당한 공권력 행사인가.
서울시와 해당 구청은 지난 3월 개정된 ‘감염병예방법’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이 법은 ‘국민 건강에 위해가 되는 감염병의 발생과 유행을 방지하고, 그 예방 및 관리를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 건강의 증진 및 유지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 것이지 정당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 탄압, 처벌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게 아니다.
현재 강제 운영중단 명령을 받은 교회들은 코로나19 확진과 아무 상관없이 무조건 방역 조치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모진 탄압을 받고 있다. 교회에서 예배드린 것이 공동체를 위험에 빠뜨린 행위라는 증거가 무엇인가. 이는 법이 국민이 아닌 권력, 행정조직을 위해 남용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이다.
도심 한가운데서 방역지침을 위반하고 8천여 명이 모여 불법시위를 벌인 민노총과 보수단체, 보수 기독교를 정부와 방역 당국이 이토록 확연하게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내 편은 다 괜찮고 네 편은 ‘살인자로’로 몰아 저주와 혐오의 씨앗을 퍼뜨려온 선택적 방역의 결과가 오늘 코로나19 대 확산의 단초가 된 게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는 진영논리에 좌우되는 편향적 방역의 대참사의 책임을 그동안 모든 고통과 희생을 감내해온 한국교회에 덮어씌우려는 일체의 시도를 중단하라.
아덴만에 파병된 문무대왕함 함 내에서 전체 승조원의 90%인 271명이 집단 확진됐다. 이들이 좁은 선실 안에서 생활하며 감염 확진되도록 방치한 것은 누구이며, 누구의 책임인가. 이들 장병에게도 과태료를 부과하고 시설폐쇄 명령을 검토하겠는가.
총리는 최근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지자 정부가 잘못된 신호를 보내 방역에 대한 국민의 경각심이 이완되어 확진자가 폭증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는 정부의 방역수칙이 무소불위의 만능도 아니고 초법적이지 않는다는 명백한 증거다. 그런데도 잇단 방역 참사로 국민 여론이 들끓자 애꿎은 교회에 또다시 책임을 전가하며 여론을 호도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 제20조는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경우에도 그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는 규정도 있다. ‘감염병 예방법’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기본 방역수칙을 위반해 감염 확산이 발생하는 등의 문제 없이 무조건 예배를 금지하는 조치는 과잉 법 집행이며 위헌이다.
우리는 일부 교회가 예배당에서 예배드렸다는 이유만으로 운영중단, 과태료 부과, 시설폐쇄 등 과잉 행정조치가 남발되고 상황을 목도하면서 그동안 정부와 협력관계를 자랑해온 교계 기관이 이 같은 종교 탄압에 가까운 과잉 행정조치를 남발하는 데 대해 엄중 항의하고 시정을 요구하기는커녕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고 있는 현실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과연 일부 목회자의 개인 일탈 행위인가. 한국교회 전체의 사활이 걸린 문제가 아닌가?
한국교회만큼 철저하게 방역수칙을 준수해온 곳이 어디 있는가. 그런데도 매번 한국교회가 마치 공동체성을 상실한 비이성적 집단인양 매도당하는 현실 앞에서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고 있음은 “만일 이 사람들이 침묵하면 돌들이 소리 지르리라 하시니라”(눅19:40) 하신 예수님의 경고를 연상케 한다.
예배를 잃어버린 교회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한국교회는 방역수칙을 준수하되 예배를 금지하는 그 어떤 부당한 행정명령에도 굴복할 수 없음을 강력히 천명한다.
2021.7.23.
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 송태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