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콥 이단성 특별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가운데가 서영국 목사와 진용식 목사.
인터콥선교회에 대한 이단성을 주장하는 ‘특별 기자회견’이 4월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장 고신 총회회관에서 열렸으나, 새로운 의혹 제기 없이 기존 주장이 되풀이됐다.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회장 진용식 목사)에서 주최한 이날 기자회견에서 진용식 목사는 “교계 곳곳에서 ‘인터콥에 대한 규정을 풀어주자’는 움직임이 있어, 인터콥의 문제점을 다시 한 번 정확히 인식하고 피해를 예방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진용식 목사는 인터콥의 문제점에 대해 ‘지역의 영’ 사상, 즉 땅 밟기와 대적 기도 등을 지적했다.
예장 고신 이대위원장과 이단대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으나 교단 관련 직함을 떼고 참석했다는 서영국 목사(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 소장)는 “인터콥에 들어간 교인들 때문에 목회자와의 불화가 계속된다는 교회들이 있다”며 “그들은 ‘백투 예루살렘’을 여전히 주장하고 있고, 아직도 극단적 세대주의 신사도운동 사상을 버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서영국 목사는 “도덕성에도 문제가 있다. 피해 교회 요청으로 제가 세미나에서 발표한 내용을 녹취해 집단 고소를 당했다”며 “이 외에도 수차례 내용증명을 보내 고통을 줬다.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는 공교단 이단연구소장을 무차별 고소·고발하고 내용증명을 남발하는 것은 도덕성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서 목사는 “파키스탄에서 중국인 선교사가 살해당한 사건에 대해, 중국 인민일보는 인터콥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라고 했다”며 “이 사건 후 많은 한국 선교사들이 중국에서 추방당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예장 고신 전 이단대책연구소 소장 전태 목사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고신 총회는 한 번도 인터콥을 이단이라고 결의한 적이 없는데, 마치 사악한 이단인 것처럼 ‘인터콥 이단성 특별 기자회견’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순교자들이 발생하는 이슬람권에 들어가서 목숨을 걸고 복음을 전하는 선교단체를 격려하고 후원을 못할망정, 이단성이 있다고 공격해서야 되겠는가”라는 입장문을 배포했다.
전 목사는 “‘이단’과 ‘이단성’이라는 용어는 함부로 붙여서는 안 되고,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며 “약간의 문제를 이단이라고 표현한다면, 교회와 선교단체, 선교사들에게 치명적인 해악을 끼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더구나 이단 문제는 몇몇 연구자들에 의해 결정돼선 안 되고, 반드시 교단 총회에서 논의하고 결의돼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라며 “이번 특별 기자회견은 총회 결의도 없이 총회회관에서 열렸는데, 절차적 문제가 없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서도 인터콥 한 관계자는 “‘백투 예루살렘’ 관련 서적은 이미 2010년 이전 폐기했다”며 “과거 예장 고신 교단에서 인터콥에 의한 교회 피해 사례를 6개월간 접수받았지만, 한 건의 신고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중국 선교 관련 주장에 대해서도 “2018년 한국인 선교사들이 대거 추방되기 전에도 예장 합동 선교사들이 대거 추방당한 적이 있다. 이는 시진핑의 통치 전략일 뿐, 인터콥과는 무관하다”며 “파키스탄 선교사 피살 사건도 저희가 배후에 있다며 두 명의 선교사가 재판을 받았지만, 모두 무죄로 풀려났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예장 통합 현직 목회자 등이 참석해 주최 측에 질의를 시도했으나, 사회자가 “기자만 질문할 수 있다”며 제지하기도 했다.
기자회견에 함께한 예장통합측 이상형 목사(새생명교회)도 순서자들을 향해 기자회견 내내 의문을 제기했다. 이 목사는 “인터콥을 지난 10년 넘게 지켜봤지만 아무런 이단적 문제를 찾을 수 없었다. 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땅밟기를 지적하는데 단 한 번도 인터콥에서 땅밟기를 말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수만명의 인원 중에 한 두명이 저지른 일을 가지고, 단체 전체를 매도할 수 있나? 만약 대형교회에서 성도 한 두명이 잘못했을 때, 그 교회 전체가 같은 잘못을 뒤집어 써야 하는가?”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슬람 선교는 정말 목숨을 내걸고 가는 것이다. 단순한 사명감이 아니라, 전적인 각오와 온 몸을 내던진 훈련을 통해 선교사로 거듭나는 것이다”며 “어떻게 이러한 말도 안되는 문서로 정의롭게 하나님의 선교를 감당하는 이들 전체를 이단으로 매도할 수 있는가? 이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라고 말을 전했다.
한편, 이단연구가들의 갑작스런 인터콥 관련 기자회견을 두고 이단연구가들 간의 다툼에 ‘인터콥’이 희생되는 것 아니냐 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별반 큰 이슈가 없었던 인터콥이 갑자기 일부 이단연구가들에 의해 도마 위에 오른 배경에는 몇몇 교단에서 인터콥의 제재를 해제하려는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
그 대표적인 교단은 바로 예장통합측이다. 인터콥은 최근 통합측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위원장 유무한)에 입장문과 함께 목회자 132명의 함께 작성한 '예의주시' 해지 공동청원서를 전달했다. 또한 이대위가 설치한 교육 과정을 이수 후 장기 선교사로 파송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양해각서도 함께 전달했다. 이후 이대위는 해당 내용을 연구분과와 최태영 상담소장에게 맡겨 계속 연구키로 했다.
이날 최삼경 목사, 진용식 목사, 서영국 목사 등이 주최한 기자회견은 바로 통합측 이대위를 향한 압박이다. 인터콥을 해제한다면 한국교회에 적지 않은 혼란이 일 것이기에, 인터콥의 위험성을 언론을 통해 재고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진용식 목사는 "교계 곳곳에서 인터콥에 대한 규정을 풀어주자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며 “이러한 때에 인터콥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정확히 인식하고 그 피해를 예방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허나 일각에서는 이번 기자회견을 두고 이단 연구가들 간의 다툼이 표면화 된 것이라는 조심스런 지적을 하기도 한다. '인터콥'은 이들 안력 다툼의 자존심, 승패를 가늠하는 소재일 뿐이지 핵심은 결코 '이단성'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이날 자리를 함께한 최삼경 목사는 통합측 현 이대위를 시종일관 비판했다. 특히 상담소장인 최태영 교수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난을 가했다. 각 교단 이단연구에 있어 핵심은 이대위원장과 상담소장이다. 누가 이 자리에 앉느냐가 해당 교단의 이단 연구 방향을 결정짓는데, 지난 수년 간 최삼경 목사와 최태영 교수는 매우 예민한 대립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도 최삼경 목사는 지난해 총회에서 해지된 '레마선교회'를 언급하며 최태영 소장을 향해 "이런 형태의 이단 연구는 하지 않는 것이 낫다. 그러면 잘한 이단연구조차 신뢰성을 잃게 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동안 들끓어 오르던 이단 연구가들 간의 세력다툼은 근래 최악으로 치달았었다. 이단 정죄에 힘을 협력하던 사이에서 벗어나 서로가 서로를 이단으로 정죄하는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이는 결국 이단이 이단을 정죄했다는 어처구니없는 모순을 낳게 되며, 한국교회 이단연구의 신뢰를 바닥으로 떨어뜨린 단초가 됐다.
그런 관점에서 최근 교계 및 각 교단의 이단 연구가들은 한때 무분별하게 이뤄졌던 무차별식 이단정죄에 대한 문제를 시인하며, 이단연구에 대한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변화를 촉구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 윤광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