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교회에 나타난 이단들은 오늘날에도 비슷한 형태로 나타난다.
한 가지 이단 유형에 다른 유형의 그릇된 요인이 뒤섞여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교회의 잘못된 이단정죄와 억울하게 이단자로 정죄당한 자들의 유형도 오늘날에도 비슷한 형태로 반복되고 있다.
고대교회의 대표적인 이단들은 네 가지 유형이다.
첫째, 삼위일체론-기독론 이단이다.주후 325년 니케아공의회가 이단으로 정죄한 아리우스주의는 성부가 성자에게 종속되어 있다고 믿었다. 아들은 존재하지 않았던 때가 있었고, 시작이 있었다고 한다. 아들은 하나님이 아니며, 하나님과 같은 분이며, 피조물이라고 본다. 사벨리우스주의로 일컬어지는 양태론(樣態論: Modalism)은 성부 성자 성령의 구별을 거부한다. 하나님은 한 분이시고 구약시대에는 성부로, 신약시대에는 성자로, 교회시대에는 성령으로 나타나 활동한다고 본다. 아버지가 낮에는 사장, 밤에는 학생, 가정에서는 가장으로 활동하는 것과 같으며, 물이 수증기, 얼음, 빗물로 나타남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하는 것과 같다.
둘째, 기독론 이단이다.영지주의는 헬라철학의 이분법 사고에 따라 로고스의 성육신을 부정한다. 예수가 완전한 인간임을 부정한다. 마르시온주의는 구약의 하나님과 신약의 하나님을 다른 신으로 해석하고, 구약성경을 폐기하고, 그리스도께서 육체로 오셨음을 부정한다. 아폴리나리스주의는 예수의 육체와 이성은 사람의 것이지만 영혼은 하나님의 로고스로 대체되었다고 한다. 예수께서 완전한 인간임을 부정한다. 현대 자유주의 신학자들이 예수는 하나님이 아니며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과 비슷하다. 기독론 이단은 플라톤주의의 이원론 사고양식에 기초한 바울당원주의, 보고밀주의, 카타리파 이단들과 그 맥을 같이 한다.
셋째, 성령론―종말론 이단이다. 교회가 감독 중심의 제도로 바뀔 무렵, 몬타누스는 성령과 영적 권능에 관심을 가졌다. 초대교회의 역동성과 성령 충만을 회복하려고 했다. 교회의 권위가 감독의 안수례에 달려 있지 않고 성령의 카리스마적 권위에 의존함을 강조했다. 성령의 기름부음, 내주동행, 능력 충만을 강조했다. 몬타누스는 나중에, 예수가 하나님의 로고스가 성육한 자인 반면에 자신은 하나님의 성령이 성육한 자라고 주장한 탓으로 이단으로 정죄되었다. 몬타누스는 프리기아에 종말론 공동체를 형성하고서 임박한 예수 재림과 천년왕국의 시작을 주창했다.1 일부 역사학자들은 몬타누스가 정치적 동기로 이단자로 정죄되었다고 주장한다. 성령론 이단과 종말론 이단은 종종 결합되어 나타난다.
넷째, 교회론 이단이다. 교회는 단일성을 강조한 통제, 결속, 화합, 질서 유지에 방해되는 자들을 이단으로 규정했다. 교회의 사도적 전통을 강조하는 리용의 감독 이레니우스와 카르타고의 감독 키프리안은 사도직 계승자들을 이단 판별의 기준으로 삼았다. 이 기준은 교회의 정통적 권위와 교리에 항거하는 자들을 제거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이는 소수 그룹을 정치적으로 억누르는 명분이었다. 다수파가 자신의 교리와 신조를 정통으로 규정하고 그것을 신봉하는 교회의 권위에 도전하고 반대하는 소수파를 이단이라고 매도하는 척도였다.
도나투스주의자들은 교회론 척도의 희생자들이다. 로마제국의 박해 당시에 핍박을 견디지 못하여 배교에 해당하는 일을 한 자들은 박해가 끝난 뒤 교회의 엄격한 치리를 거부했다. 도나투스주의자들은 엄격한 치리를 기대했다. 제10차 박해가 끝난 뒤, 제7차 박해 뒤 교회가 우상숭배 증명서를 돈으로 매입한 자들을 치리, 처리한 전례에 충실히 따르자고 했다. 배교의 표시로 성물 곧 성경책, 성찬용 그릇 등을 제국의 관리에게 넘겨준 자들이 집행한 세례와 성직자 안수는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다수파는 성례의 효력이 성직자 개인의 거룩성에 달려 있지 않다고 했다.
어거스틴은 다수파를 편들었다. 당시 다수 집단인 교회를 대신하여 성례의 효력은 그것을 베푸는 사제에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조직체의 권위에 달려 있다는 논리를 펼쳤다. 도나투스주의자들은 다수파로부터 이단자로 정죄되어 교회에서 밀려났다. 도나투스주의가 분파적 성향을 가졌지만, 그들에 대한 교회의 이단정죄는 지나친 면이 있어 보인다. 그들을 지옥 갈 이단 무리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과연 성례의 효력은 그것을 베푸는 개인의 성결성, 거룩성과 무관한가? 동성애자임을 표방하는 여자목사가 베푸는 성찬의 빵과 포도주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받아먹고 마셔야 하는가? 일제말기에 우상숭배를 행하고 강요, 권유하는 운동을 펼친 한국교회 목사들이 베푼 성찬과 세례 그리고 목사안수례는 유효한가? 어거스틴의 이론, 곧 사제가 집행하는 성례는 집행자의 윤리적 도덕적 품성과 무관하게 유효하다는 원칙(ex opere operato)은 성례가 하나님으로부터 비롯된 고귀한 것을 강조한다. 오늘날에는 목회자가 자기 수양을 게을리 해도 좋다는 알리바이로 사용되고 있는 듯하다.
▴최덕성 교수
∎학력·경력 : 예일대학교 (S.T.M.) 에모리대학교 (Ph.D.) 하버드대학교 객원교수 (1997-1998) 고려신학대학원 고신대학교 교수 (1989-2009) 기독교사상연구원 원장 (2010-현재) 브니엘신학교 총장 (2013-현재)
∎저서·역서
『교황신드롬: 로마가톨릭교회와 세계교회협의회』 『신학충돌 II: 한국교회와 세계교회협의회』 『신학충돌: 기독교와 세계교회협의회』 KOREAN CHRISTIANITY 『쌍두마차시대』 『종교개혁전야』 『에큐메니칼운동과 다원주의』 『정통신학과 경건』 『한국교회 친일파 전통』 『바르멘신학선언과 장로교인 일본』 『일본기독교의 양심선언』 『양심선언과 역사의식』 『개혁주의 신학의 활력』 『개혁신학과 창의적 목회』 『빛나는 논지 신나는 논문쓰기』 『개혁주의 전통』(역) 『개혁주의 전통의 정신』(역) 『신학적 해석학』(역) 『소교리문답강해』(역)
∎수상
한국복음주의신학회 신학자대상 수상 (2001)
[다음호 : 현대교회의 이단] / 윤광식 기자(kidok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