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의 레이몬드 코(Raymond Koh)목사의 실종 5주기를 맞아 철야 기도회가 지난 2월 13일 쿠알라룸푸르에 위치한 ‘말레이시아 교회 협의회(Council of Churches of Malaysia)’ ,다목적 홀에서 열렸다. 현지 코로나 규제 조처로 대면 참석 인원은 70명으로 제한되었고,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2,535명이 추가적으로 동참했다. 코 목사의 가족과 친지들은 말레이시아 기독교인들과 전 세계 기독교 단체들의 지원과 참여 아래 매년 철야 기도회를 열어왔다.
레이몬드 코 목사는 2017년 2월 13일, 말레시아 치안 부대에 의해 아무 흔적이나 연락 없이 강제로 실종된 지 5년이 지났다.
코 목사의 가족들은 이날 철야 기도회에서 다음과 같이 성명을 발표했다. "2017년 2월 13일, 레이몬드 코 목사가 아무 흔적이나 연락 없이 치안 부대에 의해 강제로 실종된 지 5년이 지났습니다. 우리 가족들은 피해자와 그 가족의 곤경에 대해 당국이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실망과 슬픔을 금할 수 없습니다. 코 목사의 불확실한 행방과 안전에 우리는 여전히 슬픔에 빠져 있고 그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슬픔 속에서 앞으로 어떻게 이 사건을 해결해 나가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순교자의소리 현숙 폴리 대표에 따르면, 코 목사의 가족은 2020년 3월, 말레이시아 경찰과 정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날짜는 코로나 관련 지연으로 인해 반복적으로 연기되다가 2022년 12월과 2023년 6월로 정해졌다.
현숙 폴리 대표는 "코 목사님의 아내인 수잔나 사모님이 처음 남편의 실종 신고를 했을 때도 당국자들은 코 목사님이 무슬림을 기독교로 개종시키려고 한 사실 때문에 실종된 것이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당국자들은 코 목사님이 납치된 일보다 코 목사님의 기독교 신앙에 대해 더 우려했습니다. 민사소송은 말레이시아 정부가 코 목사님 실종에 대해 무엇을 알고 그 사건에 어떻게 관여했는지를 명명백백하게 밝히도록 강요하는 최후 수단입니다.”
현숙 폴리 대표는 코 목사 실종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말레이시아 정부가 임명한 대책위원회의 보고서를 공개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이 소송의 목표 중 하나라고 말한다. 이 대책위원회는 3년 전에 조사를 완료했으나 보고서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현숙 폴리 대표는 말한다. "많은 박해자들, 특히 기독교를 박해하는 국가의 정부가 흔히 사용하는 방법은 납치를 하고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입니다. 기독교 지도자가 납치되거나 투옥되어도 당국은 이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이 사건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언론이 보도를 중단하고 대중이 무관심해질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철야 기도회는 정부에 책임을 물을 뿐 아니라 코 목사님과 그 가족들을 위해 계속 기도해야 한다는 것을 기독교인들에게 일깨워줍니다.”
한편, 코 목사의 아내, 수잔나 사모는 이날 철야 기도회에서 “남편이 살아있든지 죽었든지 하나님은 남편과 함께 하십니다. 만약 남편이 죽었다면, 남편을 납치한 사람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남편이 순교자가 될 수 있는 영광과 특권을 주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윤광식 기자(kidok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