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원 교수 “타종교가 신봉하는 신에 대한 경배를 표현하는 종교의식 혹은 예배의식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
기독교인 정치인, 공직자의 타 종교예식 참여는 항상 논란의 대상이 된다. 이에 대해 이상원 교수(전 총신대)는 “타종교가 신봉하는 신에 대한 경배를 표현하는 종교의식 혹은 예배의식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 단호히 말하면서도 “타종교 관계자들을 예방하거나 국가의 정책수행을 위해 필요할 때 자문을 구하거나 교제를 나누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며, 타 종교인이 소천을 했을 때 문상을 가서 조의를 표하는 것은 정당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0월 15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미래목회포럼(대표:오정호 목사) 제17-5차 정기포럼 ‘기독교인 공직자와 타 종교예식 참여’포럼이 개최됐다.
선거가 있을 때마다 교회와 성당, 사찰 등 종교시설을 방문하는 정치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분히 각 종교를 믿는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한 행동이지만 종교적 신념이나 신앙과는 관계없이 예배나 미사, 법회 등 예식에 참여하는 모습은 도리어 종교인들의 비판을 불러오기일쑤다. 과거 기독교인으로 잘 알려진 정치인들이 불교행사에 가서 합장한 뒤 구설에 올랐고, 최근에는 무속 논란을 빚은 한 대선후보가 곧바로 교회를 찾아 예배드리는 모습에 교계 안팎의 지적이 잇따랐다.
▴여의도 순복음교회 예배 참석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물론 공직자로서 정치영역에서 자신이 믿는 종교와 타종교를 차별해서는 안 되는 만큼, 무엇보다 기독 정치인들이 타종교와의 관계에 어떤 태도를 견지할 것인지는 중요한 문제다.
이날 포럼에서 발제자로 이상원 교수는 하나님 한 분 이외에는 어떤 다른 신도 섬기지 말 것을 명령하신 십계명 중 ‘제1계명’을 성경적 근거로 들었다. 그는 “기독 정치인이나 기독 공직자는 어떤 경우에도 타종교의 신들에 대한 숭배의식이 분명한 자리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 마음으로는 이방신을 숭배하지 않고 다만 현실적인 필요 때문에 형식적으로 행동으로만 참여했을 뿐이라는 것은 변명이 될 수 없다”면서 “그런 행위는 하나님을 향한 바른 신앙의 표현을 현실적인 이익에 타협시키는 행동이며, 마음과 행동이 괴리를 일으키는 정직하지 않는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여호와 하나님만을 섬기라’는 제1계명은 교회의 영역에서 교회 직분자로 활동할 때에든 국가의 영역에서 정치인이나 공직자로서 활동할 때에든 보편적이고 절대적으로 적용돼야 할 원리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러나 기독정치인과 공직자는 국가의 영역의 일원으로서 공정성의 원리에 따라 법적인 차원에서 모든 종교에 대해 공정한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 필요한 만큼, 타종교인들을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인간으로서 존중하고, 법적인 차원에서 공정하게 대하는 노력의 필요성을 조언했다.
한편 마음으로는 타종교의 신 숭배를 하지 않고 신을 숭배하는 행위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하게 타종교의 예배의식에 참여하기만 하는 것에 대한 질문에는 “단지 관전자로서 참여하는 것까지 제1계명을 범한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러나 참여를 자제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타종교를 거부하면서 다만 자기 자신의 특정한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어쩔수 없이 참여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은 정직해야 할 기독교인의 처신에 어긋나는 위선적인 태도일 뿐만 아니라 진정한 태도로 예배의식을 진행하는 타종교인들에게도 배반감을 느끼게 하는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 당장 체면유지는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상대방에게 불신을 심어 주고 장기적으로는 정치적 신뢰나 공직자로서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음을 경고했다. 뿐만 아니라 기독교인들에게도 시험에 들게 할 가능성이 있고, 타종교의 예배의식에 자유롭게 참여해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가 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그는 따라서 기독정치인이나 공직자가 타종교와 관계하는 바람직한 태도는 “타종교 관계자에게 솔직하고 정중하게 양해를 구하고 신 숭배 의식에 참여하는 것을 유보하는 것”이라며 “그러면 타종교 관계자들도 이해를 할 것이며, 이런 태도가 장기적으로 타종교와 관계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날 논평자로 참여한 이관직 교수(총신대 신대원 은퇴) 역시 “기독교인 공직자에게 있어서 하나님을 기쁘게 하는 것보다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동기가 더 일차적이라면 그는 자신을 이 땅에 보내신 하나님의 사명과 자신의 정체성을 포기하는 자가 된다. 단기적인 유익을 위해 장기적인 유익을 포기하는 자가 되는 것”이라면서 기독교인으로서 공직에 부름을 받는 자들은 자신을 공직자로 부르시고 사명을 주신 이가 누구인지를 명심하고, ‘코람데오’의 정신을 지향하는 기독교인 공직자의 모습을 소망했다. / 윤광식 기자(kidok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