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총회 홈피에 올라온 여성신학생들의 성명서
“남편도 목사인데 왜 사모를 안 하고 목사를 하고 싶어 하나요?” “남편이 담임 목사가 되면 남편도, 교회도 (당신에게) 사모 역할을 하라고 할 텐데, 그땐 목사직을 포기할 건가요?”
지난 6월16일 2020년 제2차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목시고시 면접 과정에서 면접관들이 한 여성 면접자에게 한 발언을 두고 기장여성연대·한신대 신학대학원 여학생회·한신대 신학대학 여학생회·한신대 신학대학원 성정의위원회 등은 성차별이라며 비판 성명을 냈다. 연서명자 155명은 성명에서 “한국기독교장로회는 여성 목사와 여성 장로를 교단 헌법으로 허용함으로 교회 안에 성 차이로 인한 그 어떠한 차별도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공표해왔다. 하지만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 교단 안의 ‘성불의(性不義)’가 만연하다는 것이 이번 목사 고시 면접 과정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했다.
기장여성연대는 “성차별적 질문들은 비단 목사 고시 뿐 아니라 현재 목사 안수를 받고 목회를 하고 있는 수많은 여성 목회자들에게도 오랜 세월 지속돼온 악습이기도 하다. 여성 목사들은 왜 늘 같은 질문을 받아야 할까? 남성 목사들은 결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질문”이라고 했다.
여성 목회자들은 “결혼했는데 왜 아기는 안 낳느냐, 애는 생기는 대로 낳는 게 은혜다” “남편 앞 길 막지 마라” 등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한신대 신학대학 여학생회도 성차별 발언 피해를 조사한 결과, 여학생들이 “교인들은 여성이 담임 목사를 맡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여성 목사를 부목사로 뽑은 이유는 담임 목사 밑에서 보조나 하라는 것” “여성은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안 된다” “여성이 목회를 하기 위해서는 다른 전문 분야를 함께 가지고 있어야 한다” 등의 발언을 들었다고 했다. 여학생회는 “우리 모두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에 부르심을 받은 동역자다.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동등한 것처럼 여성과 남성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들은 면접 주최 측인 기장 총회·고시위원회의 공식 사과와 목사고시 면접 위원 3명 중 1명 이상 여성 배정 의무화, 기장 헌법에 차별금지 규정 명시 등을 요구했다. 기장여성연대는 “고시위는 목사고시 면접 질문과 매뉴얼 작성해 공개하라. 고시위원 전원과 교육과정 관계자 등에 대해 성평등 감수성 교육을 시행하라”고도 했다.
고시위는 전날 사과문을 냈다. 고시위는 “목사고시 면접에서 성차별적 질문을 받은 당사자에게 위로를 드리고 연관된 분들께 사과드린다. 면접 전후로 고시위원회의 면접 매뉴얼과 유의사항을 면접관들에게 주지했지만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해 더욱 유의해 향후 이런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개선을 해나가겠다”고 했다.
<한신대학교 신학대학 여학생회 입장문>
“우리는 우리 교단의 현재와 우리 여신학생들의 미래를 생각합니다.”
이번 목사고시 면접 과정에서 드러난 성차별적인 발언들에 대해 한신대학교 신학대학 여학생회는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힙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교단 헌법에는 여성이 목사가 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이제 교회 안에서 여성 목사를 보는 것은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목사고시 면접 과정에서 성차별적인 발언들이 그것도 면접관들의 입을 통해 발설되었다는 소식은 아직도 여성이 목사가 되는 것이 특수하게 간주된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해당 면접관들의 성차별적인 발언들은 목사의 성품이나 소질과는 상관없는, 단지 “여성”이기 때문에 가해진 부당한 폭력이었습니다. 이것은 결코 정당하거나 정의롭지 못합니다.
특히 이 사건은 이번 목사고시 여성 지원자들만의 문제인 것이 아니라, 미래에 목사가 될 우리 여신학생들에게도 해당되는 문제입니다. 따라서 한신대학교 신학대학 여학생회는 여성이 목사가 되는 것이 합법적인 우리 교단 안에서 여성이 목사가 되는 것을 전혀 이해하거나 공감하지 못하는 면접관들의 잘못을 소리 높여 규탄하는 바입니다.
더불어 한신대학교 신학대학 여학생회는 그동안 교회 안에서 성차별적인 요소들이 얼마나 만연해 왔었는지를 검토하기 위해 우리 여신학생들이 실제로 들었던 성차별적인 발언들을 조사했습니다.
- “교인들은 여성이 담임 목사를 맡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 “여성 목사를 부목사로 뽑은 이유는 담임 목사 밑에서 보조나 하라고. 심방 같은 것.”
- “여성은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안 된다.”
- “여성이 목회를 하기 위해서는 다른 전문 분야를 함께 가지고 있어야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현재 우리 교단 안에서 여성이 목사가 되는 것, 여성이 담임 목사로서 사역하는 것은 공식적으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만약 이 자연스러움을 방해하는 생각과 발언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우리 여신학생들은 앞으로 얼마나 많은 불합리한 요소들과 싸워야 할까요? 우리는 굳이 싸우지 않아도 되는 것에 우리의 감정과 에너지를 소모하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에 부르심을 받은 동역자입니다.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동등한 것처럼, 여성과 남성도 마찬가지입니다.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니라.”
갈라디아서 3장 28절 (개역개정)
2020년 07월 01일
한신대학교 신학대학 여학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