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지하교회에 모인 신자들이 희미한 손전등 아래서 성경을 몰래 읽고 있다. /순교자의 소리 제공
북한 지하교인 5명이 새벽기도회 시간에 국가보위부의 급습을 받고 체포되었다고 자유아시아 방송이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 보도에 따르면 북한 평안남도 순천시에서 예배 드리던 기독교 지하교회 교인들이 국가보위부에 체포됐다고 북한 내부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연락이 닿은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은 17일 “순천시 동암리 마을에서 예수모임자들(지하교회 교인들)이 잡혀갔다”며 “이 사건은 지난 4월 말 있었다”고 전했다.
“새벽 5시경 성경을 읽으며 기도를 올리던 다섯 명의 주민들은 갑자기 들이닥친 국가보위부 성원들에게 하나님을 믿은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다”고 이 소식통은 증언했다.
지난 4월 마지막 주말(30일), 지하교회 예배가 진행된 장소는 동암리에서 살고 있는 한 농민의 자택이며 예수를 찬양하며 예배하던 다섯 명의 주민들은 서로 먼 친척관계로 알려졌다.
다만 체포된 사람들 중 직계 가족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순천시 동암리는 농촌마을이다. 북한에는 농촌진지를 강화하라는 당 정책으로 농민들의 이주가 원천적으로 제한되고 있어 집성촌을 이루는 농촌지역이 많은데, 동암리 마을도 그중 하나이다.
주말 새벽마다 동암리 마을에서 여러 명의 주민들이 모인다는 것을 정보원(보위부가 심어놓은 스파이)이 보위부에 보고했고, 이에 지역 보위부 요원들이 잠복해 있다가 예배 현장을 급습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예배현장에서 보위부는 수십 개의 성경 소책자를 회수하고 예배 참가자들도 잡아갔다”고 말했다.
해당 사건을 목격했다는 평안남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월비산 광산에서 조금 떨어진 동암리 농장 1반 마을에서 예배하던 사람들이 체포된 소식이 순천지역에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의하면 순천시 동암리에서 예수를 찬양하며 예배하는 지하교회 사건은 1997년과 2005년에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당시에도 교인들이 체포돼 수용소로 보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해방 전 일제시기부터 순천시 동암리에 큰 교회가 있었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의 신앙심의 뿌리가 깊었다는 것이다.
현지 주민은 “동암리 1반 산탁이(산기슭) 교회자리야. 해방 전에 선교사가 와있던 곳이라고 엄마가 말해서 알았지...”
하지만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며 하나님을 비롯한 종교의 자유를 박탈하고, 3대 수령에게 충성하도록 강요해 온 북한 당국의 종교 탄압으로 순천시에 있던 수많은 교회들이 사라졌다는 얘기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자녀들에게 하나님을 믿어야 한다며 비밀리에 예배를 진행하다가 국가보위부에 발각되어 잡혀가는 사건이 발생해 왔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이번에도 예배현장이 발각되어 보위부에 잡혀간 주민들은 성경책 출처를 대라는 조사에 ‘죽어도 예수님’을 불지 않겠다며 버텼다고 사법기관(보위부) 근무자가 알려주었다”고 전했다.
한편 코로나 이전까지 북한에는 밀무역을 비롯한 다양한 방식으로 성경 소책자가 중국 국경을 통해 반입되어 일부 지역의 지하교회로 유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성경 소책자를 소지하고 예배를 하다가 국가보위성 산하 순천시 보위부에 체포된 지하교회 예배자들이 정치범 수용소로 이송되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남한에서 북한 선교에 몸을 담고 있는 한 목사는 19일 자유아시아방송에 “해방 전 평안남도 순천지역에는 천주교 성당 두 곳, 개신교 교회가 서른 한 곳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달 초 미 국무부가 발표한 2022년 국제 종교 자유 보고서에서는 북한이 종교 활동을 이유로 개인을 처형, 고문하고 신체적으로 학대하는 행위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 연방정부 산하기구인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가 이달 초 발표한 2023년도 연례보고서에서도 북한을 포함한 17개국이 “종교 및 신앙의 자유에 대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이며 심각한 침해에 관여하거나 용인하고 있다”며 종교자유 특별우려국(CPC)으로 지정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윤광식 기자(kidok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