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정서영 목사, 이하 한기총) 제27대 대표회장 후보자 정견발표회가 19일(금) 오후 2시 한기총 세미나실에서 개최됐다. 이번 선거에는 현 대표회장 정서영 목사가 단독으로 입후보했다.
한기총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엄기호 목사) 주최로 열린 이 날 정견발표회는 1부 예배와 2부 정견발표 순으로 진행됐다.
엄기호 위원장의 인사 후 정견발표에 나선 정서영 목사는 “작년 한기총 대표회장에 출마했을 때 약속했던 것이 있다. 한기총 상황이 어렵고 임시대표회장 체제가 계속되면 한국교회와 한기총이 큰 위기를 맞을 것 같아, 한기총을 정상화시키고 정상화된 한기총을 통해 한국교회 연합을 추진하겠다고 약속드렸다”며 “약속대로 지금까지 열심히 해 왔다”고 밝혔다.
정서영 목사는 “한기총은 이제 정상화됐고, 한교총과 통합도 추진되고 있다. 도중에 한교총에 여러 문제가 있어 아직까지 확정 짓지는 못했지만, 통합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 속에서 임기를 마치게 됐는데, 저보다 훨씬 훌륭하고 존경받는 분이 후보로 나오시면 출마하지 않으려 했다. 그래서 마지막 날까지 서랍에 서류를 넣어놓고 기다렸지만, 아무도 출마하신 분이 없었다”고 했다.
정 목사는 “만약 또다시 대표회장 후보가 없는 상황이 생기면, 지난 1년 동안 열심히 해서 정상화 단계에 들어선 한기총이 또 한 번 큰 회오리바람을 맞을 것 같고, 임기 중 추진하려던 연합기관 통합 문제도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생겼다”며 “정상화를 시작한 대로 끝까지 이어서 한국교회가 하나 되는 일을 끝까지 해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출마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재선 출마가) 명예심 때문 아니냐고 하지만, 한국교회를 하나 되게 하는 실무자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명예가 탐이 난다면 이 일을 왜 하겠는가”라며 “저는 한교연과 한장총 등 연합기관들의 대표 다 지낸 사람인데, 더 얻을 명예가 어디 있겠나. 오로지 하던 일을 끝내고 싶은 책임감 때문에 나왔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기총이 아직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이다. 당선되어 다시 취임하면 한기총 내에 한국교회에서 인정하는 재판국을 만들고, 실업인선교회와 특별 명예회장 제도 등을 만들어 자립해 나가는 길을 열고 싶다”며 “한기총과 한국교회를 위해 주어진 사명을 최선 다해 잘 감당하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으로 선관위 지정 질문이 이어졌다. 대한민국 기독교 대표 기관으로서 한국 기독교의 신앙을 성숙시킬 방안에 대해 “예전 한기총에는 그런 능력이 있었지만, 10여 년 전 금권선거 문제로 파행을 겪은 후 지금까지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내왔고, 한때 한기총이 나쁜 연합기관으로 인식되기도 했다”며 “과거 일은 예방주사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금권선거는 없어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서영 목사는 “그런 일이 한 번만 더 있다면 한기총은 한국교회에서 완전히 외면당할 것이기에,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한기총이 한국교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먼저 한국교회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한다. 리더십은 한국교회가 만들어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기총이 한국교회 앞에 신실하게 바로 선다면, 영적 리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시간이 걸리겠지만, 한기총이 잘 서도록 여러분들과 협력해서 잘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두 번째로 한기총의 현재 모습 진단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선 “한기총은 역사성과 그동안 해온 일, 이름 자체가 한국 기독교 최고 연합기관이다. 주변 믿지 않는 분이든 믿는 분이든, 한기총이라는 이름은 다 아시더라”며 “그래서 조금만 잘하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고질적인 문제가 재정적 어려움인데, 실업인선교회 조직 등을 통해 타개해 나갈 생각이다. 신학자들·법률가들과 재판국도 만들어, 여러 일로 어려움 당한 이들을 구제하는 등 사역 기반 조성을 위해 힘쓰겠다”고 이야기했다.
연합기관 통합 문제에 대해선 “현재 한국교회 연합기관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다. 재작년 통합 추진 때는 임시대표회장 체제로 한기총이 힘든 시절이어서, 시간만 끌다 점점 가라앉았던 것”이라며 “제가 들어온 뒤 한기총 내부 문제를 먼저 해결한 뒤 통합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서영 목사는 “이번 한교총 총회에서 통추위원장을 새롭게 선임했고, ‘가능한 통합을 빨리 끝내고 사소한 문제는 의논해 보자’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밑거름이 잘 된 것 같다”며 “한기총도 새로운 임기가 시작되면 한교총 안을 받아 연구·검토해 한기총이 소외되지 않는 통합을 추진할 생각”이라고 했다.
정 목사는 “한기총은 한기총대로, 한교총은 한교총대로 따로 갈 수도 있지만, 한국교회가 큰 손해를 본다”며 “다른 종교는 큰소리를 한번 내면 영향력이 있지만, 기독교는 (연합기관 난립으로) 그렇지 못하다. 우리가 하나 되어서 대정부 대사회에 목소리를 내고, 한국교회 부흥을 이끌어야 한다. 이는 굉장히 시급한 문제로, 개인 욕심 때문에 통합이 안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취재진 역시 대부분 연합기관 통합에 대해 질의했다. 이에 정 목사는 “한교총 총회 보도를 보니 통합추진위원장 오정호 목사가 적극 대화하겠다고 몇 번이나 이야기하면서, 한기총 총회가 끝나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하더라”며 “한기총과 한교총 모두 소외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통합을 빨리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교총이 한기총 내 이단 문제를 제기하는 것과 관련해선, “한기총에는 이단이 없다. 저는 현 회기 대표회장으로서, 이전 회기들에서 내린 결정을 그대로 수용한다는 것”이라며 “그래도 이단성이 있다고 주장한다면, 통합 후 회원들이 모여 다시 조사해서 정리하면 될 일이다.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기총 회원들은 한교총 일부 교단들이 WCC에 가입돼 있는 것을 문제 삼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정 목사는 “WCC 문제는 한기총의 설립 정신에 관한 것이다. 하지만 WCC 회원이던 예장 통합측이 한기총 설립을 주도하지 않았느냐”며 “조금씩 양보해서 빨리 하나 되는 일이 절실하다. 하나 돼 한국교회를 위해 헌신해야 하는데, 사소한 일에 묶여서 통합이 안 된다면 한국교회가 손해 보는 것”이라고 했다.
한기총 자립 방안과 연합기관 통합 두 메시지가 양립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제가 한교연 대표회장이던 2017년, 한기총 대표회장이던 이영훈 목사님과 수없이 만나 대화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통합을 위한) 기자회견만 몇 번 했나. 그런데 아직 안 되고 있다”며 “통합을 추진하지만, 통합되지 않더라도 한기총은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다고 통합을 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다. 한기총을 살리면서 통합도 추진해야 한다. 저는 두 가지 다 염두에 두어야 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정견발표회에 앞서 드려진 예배는 이용운 목사(선거관리위원회 서기)의 사회로, 안이영 목사(선관위 위원)의 기도, 엄기호 목사(선관위 위원장)가 설교했다.
엄기호 목사는 “복 있는 자는 구원받은 자·구별된 자·만족함을 얻은 자·주의 뜻에 살게 하는 자 곧 성화된 삶을 살아가는 자·주님으로부터 힘을 얻어 성화되어 성숙한 자·주님 앞에 순종하는 자 등”이라며 “한기총은 한국교회 안에서 중심적인 일을 해왔다. 정직과 성실함으로 이 사회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고, 앞으로도 덕을 끼칠 수 있는 한기총이 되길 바라며, 우리 모두가 복 있는 자가 되어 하나님의 뜻을 이루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한기총 제35회 정기총회는 오는 1월 30일(화) 오전 11시 한국기독교연합회관 3층 아가페홀에서 진행된다./ 윤광식 기자(kidok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