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개최된 WEA 세계지도자대회 환송예배 당시
예장 합동 105회 총회가 또 다시 세계복음주의연맹(WEA) 신학논쟁에 휩싸였다. 논란의 불씨를 키운 것은 예장합동 소강석 목사이다. 소 목사는 차기 예장 합동 총회장으로서 정책소견을 밝히는 차원에서 WEA가 합동교단의 신학과 맞지 않다며 WEA를 결코 지지하거나 가입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105회 총회에서 재론할 것을 강조했다.
반면, 예장 합동 신학부와 총신대 교수는 제104회 총회 결의를 존중해달라고 요청하고 WEA와 교류 할 것을 주장했다. 또 교계원로들과 중견 신학자들이 국제적 연합기구인 세계복음주의연맹(이하, WEA)은 예장합동은 WEA 재론 말아달라며 WEA는 성경의 완전무오를 믿는 기독교 신앙이 분명한 국제연합기구”건전한 연합단체라고 반발하며 예장합동 제105회 총회에서 WEA문제를 재론하지 말 것을 강력 요청하며 마찰을 빚고 있어 결론이 어떻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WEA 어떤 단체인가
세계복음주의연맹(이하 WEA)은 1846년 영국 런던에서 설립된 복음주의개신교 연합체다. 현재 128개 국에 있는 복음주의 교단과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소속된 교인들은 6억명이나 되어 가히 세계최대의 복음주의협의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김명혁 목사)가 회원단체로서 오랫동안 주도했고 협의회의 권유로 예장합동 등 국내 주요 교단과 단체의 지도자들이 WEA 총회나 산하 위원회에 참여해왔다. 예장합동의 경우 연합사업과 세계교회와 교류에 신중했고 WEA의 한국 내 주도권을 타교단 소속 목회자들이 선점하고 있었기 때문에 WEA에 대해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또 WEA가 교단 파송 총대가 참석하는 구조가 아니다보니 WEA도 예장합동에 참여를 요청할 수 없었다.
WEA가 교단에 알려진 것은 2014년 한국총회를 한기총(당시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이 주도가 되어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을 때였다. 그러나 한기총의 WEA 활동 업적이 전무한 상태였고 기존 WEA 내 국내복음주의단체들과 협의가 거의 없었고 심지어 한기총 내에서도 충분한 논의가 부족했으며 이단시비까지 제기돼 무산되었다가 2016년에 WEA 지도자대회를 개최했다.
∎WEA교류 반대 입장
❍ 예장합동 광주전남협의회WEA는 자유주의 주장... 교류단절 주장
가장 WEA에 비판을 가하는 곳은 예장합동 광주전남협의회이다. 이 단체는 ‘WEA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란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WEA는 1997년 ‘삼위일체 하나님을 믿으며, 예수 그리스도의 완전한 신성과 인성을 믿는다’는 2가지 대전제에 동의한다면 기독교회로 인정하기로 WCC와 로마교황청과 합의한 적이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이 합의를 통해 자유주의 신학과 WCC, 로마 가톨릭을 배척하지 말고 이들과 교제, 협력을 추구하는 포용주의 노선의 행동강령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이들과 함께 개종전도금지를 선언했다고 주장했다. 광주전남협의회는 WEA 세계지도자대회가 개최되면 한국교회는 분열될 것이라면서 한기총이 주최하는 WEA 지도자대회의 즉각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부총회장) “우리의 신학과 맞지 않는 이상 WEA를 결코 지지하거나 가입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신학부 발표 후에, 교류 단절을 주장하는 분들은 “WEA가 비진리를 외치는 WCC나 로마가톨릭과 같은 길을 걷고 있으며 포용주의를 표방하는 WEA와 가까이 하다보면 우리의 개혁주의 신앙이 변질될 위험이 크기 때문에 단절해야 한다”고 하였다. 사실 우리 교단은 WEA에 가입한 적도 없고 지지 선언을 한 적도 없다. 나 역시 WEA에 대해서 연구해 보니까 우리 교단의 신학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이 있음을 발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 총회에서는 국제적 연합사역과 신학의 교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해서 결정을 유보하였다.
금번에 총신에서도 총회 전까지 WEA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기로 하였다. 총회는 기본적으로 우리의 신학과 맞지 않는 이상 WEA를 결코 지지하거나 가입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우리 교단이 고립주의와 극단적 분리주의를 추구하자는 것은 아니다. 총신 교수들이 개인적으로 가서 WEA를 개혁신학화 한다거나, 동성애나 이슬람의 잘못됨을 피력하고 세계 교회 생태계를 보호하는 데 기여를 한다면 모르겠지만.
그러나 반대로 아무리 개인적으로 참가를 한다 할지라도 그곳과 교류를 함으로써 오히려 개혁신학이 흐려지고 자유주의 신학에 물들며 세속화되고 포용주의로 가게 될 가능성이 있다면 원천적으로 봉쇄를 해야 할 것이다. 차라리 우리가 고립주의로 가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 신학의 순수성과 정체성은 분명히 지켜야 한다. 진정한 연합사역의 목표는 무엇인가. 신학적 하나됨을 위한 교류가 아니라 오로지 교회생태계를 지키고 반기독교 세력의 공격을 막는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사역적 연대이어야 한다.
∎WEA 교류 찬성 입장
❍고창덕 목사(예장합동‧신학부장),,,“제104회 총회 결의는 존중되어야 한다”
▴고창덕 목사(수원 북부교회‧신학부장)
고창덕 목사(수원 북부교회‧신학부장)는 “ 우리 교단은 미국장로교회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메이첸 박사는 1929년 프린스턴신학교가 좌경화되자, 웨스트민스터신학교를 설립하고 이어 1936년 정통장로교회를 조직했다. 메이첸의 사후, 극단적 근본주의자를 우려하는 보수적인 지도자 147명이 1942년에 결성한 것이 ‘복음주의연합’(NAE)이다. NAE는 메이첸과 동료들이 자유주의에 맞서 천명한 근본주의를 계승하면서, 매킨타이어의 신근본주의와 달리 사회와 문화를 개혁하려고 노력하였다. 1951년 미국 NAE는 영국의 존 스토트 등과 함께 ‘세계복음주의협의회’(WEF)를 만들었고, 2001년에는 ‘세계복음주의연맹’(WEA)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WEA의 신학은 NAE의 신학과 일치한다. 미국의 개혁주의 교단인 PCA도 WEA의 중요한 회원이다. 단순히 WEA가 WCC나 로마 가톨릭과 교류하며 협의한다 해서 교류를 금지할 필요는 없다. WEA는 교단이 아니라 한교총처럼 대정부와 대사회 문제를 다루는 협의체이다. 세속화, 동성애 문제 등에 공동대응하기 위함이다.
WEA에 대해 2019년 제104회 총회는 다음과 같이 결의했다. “WEA가 우리 총회가 지켜오고 추구하는 신학적 입장과 크게 다른 점을 찾아볼 수 없어 교류단절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신학부 보고에 대하여 전자투표를 시행한 결과 찬성 537명, 반대 448명으로 신학부 보고를 받기로 가결하다.”
제104회 총회 결의는 존중되어야 한다. 다만 WEA에 신학적 변질이 일어나지 않는지 주의할 필요는 있다.“ 고 하며 WEA 교류단절을 반대했다
❍교계원로ㆍ신학교수 "예장합동은 WEA 재론 말아달라"
▴보수 복음주의 신학자들이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김상복 김명혁 강승삼 목사, 박명수 성남용 이승구 이은선 박용규 교수 등은 9월 11일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WEA에 대한 우리들의 입장’을 발표했다. 강승삼 목사(전 KWMA 사무총장)가 대표낭독한 입장문에서 목회자들은 “WEA는 전세계 6억명의 복음주의 개신교 인구를 대표하는 국제기구로 여전히 많은 영향력 미치고 있으며 역사적 기독교 신앙을 그대로 계승하고 세계선교운동에도 큰 역할 감당하고 있다”면서 “WEA는 성경의 완전무오성을 비롯한 역사적 기독교 신앙을 분명히 표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 이들은 “예장합동은 지난해 제104회 총회에서 WEA와 교류단절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총회 신학부 보고를 받기로 신중히 결정했는데 1년도 지나지 않아서 재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합동총회가 WEA 문제를 재론하지 않기를 바라며 오히려 한국교회 보수 복음주의를 대표하여 국제적 복음주의 기관과 연대를 강화하고 국내 보수 복음주의 교회들을 하나로 결속시키는 역할을 감당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상복 목사(전 WEA 회장)는 “WEA의 신앙고백은 예장합동의 신앙고백과 다르지 않다”면서 “WEA에는 7개 대륙 복음주의연맹, 129개 교단과 국가별 연맹, CCC IVF 월드비전 컴패션 등150개 선교단체들이 회원 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김 목사는 웨스트민스터신학교, 리폼드신학교, 트리니티복음주의신학교, 커버넌트신학교, 풀러신학교, 고든콘웰신학교, 칼빈신학교 등 자유주의 신학교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신학교들이 회원 기관이라고 덧붙였다.
김명혁 목사(전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는 “WEA는 1846년 진화론 공산주의 자유주의 도전에 맞서기 위해 런던에서 결성한 보수적인 국제연합기구”라면서 “WEA는 성경의 완전영감과 완전무오를 비롯한 보수신학은 계승하되 연합운동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복음주의 운동과 맥을 같이 한다”고 강조했다. 성남용 목사(총신대 목회전문대학원 교수)는 “세계교회는 한국교회가 리더십을 발휘해주기를 바라고 있다”면서 “세계교회 앞에 성장경험과 받은 은혜를 나누어야 한다는 책임감과 사명감을 발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목회자들은 질의응답을 통해 교계에서 WEA가 종교다원주의 경향을 띠고 있다고 지적하는 부분들에 대해 소상히 답했다. 2011년 WEA가 WCC와 로마가톨릭과 만나 개종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합의서를 발표했다는데 대해서는 “WEA가 그런 만남을 가진 것은 그 때 한 번 뿐이며 선교적 목적으로 합의서를 채택했다. 그러나 기독교의 정체성을 밝혔고 전도할 때 매수하는 방법을 쓰면 안 된다는 등의 내용이지 타종교를 받아들이자는 언급은 없다”고 해명했다. 2013년 부산 WCC총회에 참석한 WEA신학위원장 슈마허 박사가 “우리는 WCC와 함께 하고 있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김상복 목사는 “슈마허 박사에게 직접 그런 발언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또 국내서 이단논란이 있었던 장 모 목사가 WEA에 관여되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장 씨가 관여했던 북아메리카 위원회를 해체했고 관련 직원을 해산시켰으며, WEA 본부를 트리니티신학교로 옮기는 등의 조치를 취해 공식적 관계를 단절했다고 밝혔다. / 윤광식 기자(kidok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