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사순절 축제기간 십자가 고행
이맘 때가 되면 교회외벽에 걸린 사순절 특별집회 등을 심심치 않게 보았는데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대부분 온라인으로 전환했는지 조용하다.
그런데 사순절을 왜 지켜야 하는지 아리송하다. 올해는 2월17일(수) ‘재의수요일’을 시작으로 40일간 사순절 기간이다.
예장통합은 해마다 사순절 시기에 교단신문을 통해 사순절 칼럼을 싣고 독자들에게 사순절을 경건하게 보낼것을 독려한다.
반면, 예장 합동 경우 사순절 절기는 ‘사순절이 교회의 절기가 아니고 천주교와 성공회의 고정된 절기인 만큼 성경적 절기로 보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며 사순절을 금지시켰다.
사순절을 지키는 곳은 개신교인 대한성공회, 루터교, 감리교,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그리고 한국 정교회. 천주교에서 지키고 있다.
반면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대한예수교장로회(고신) 및 대한예수교장로회(합신)은 사순절 대신 부활절 전 한 주간을 고난주간으로 지키고 있다.
예장합동은 1999년 열린 교단 84회 정기총회에서 사순절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채택한 뒤 사순절을 없앴다. 이 연구보고서에는 “사순절이 교회의 절기가 아니고 천주교와 성공회의 고정된 절기인 만큼 성경적 절기로 보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내용이 담겼다.
예장합동이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한다는 기본 취지까지 없앤 것은 아니다. 이상원 총신대(조직신학) 교수는 “성경적 근거가 없는 절기이고 로마 가톨릭에서 차용한 만큼 굳이 사순절이라는 명칭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면서 “대신 부활주일 7일 전부터 시작되는 고난주간을 지킨다”고 설명했다. 예장고신도 사순절을 특별한 교회절기로 지키고 있지 않고 지역교회의 상황에 따라 고난주간 등을 지키는 경우다.
‘사순절’을 지키면 교회에 어떤 유익이 있을까? 왜 사순절을 지키지 않아야 하는가? 에 대해 고경태 목사((Ph.D.,조직신학)는 이렇게 말한다.
첫째, 사순절은 무엇인가?
‘사순절(四旬節)’, ‘Lent’는 본래 Anglo Saxon어로 ‘spring(봄)’이란 말이다. 기독교는 신비의 종교이다. 예수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한 것이 3일이지만, 시간은 40시간이 되지 않는다. 고대 교회는 ‘40시간의 신비’를 묵상했는데, 시간이 점점 길어졌고, 731년 샤를마뉴(Charlemagne) 시대에 40일로 정착했다고 한다. 16세기 칼빈은 헛된 사변(idle speculation)을 하는 것을 금지시켰다. 20세기 칼 바르트는 ‘헛된 사변’을 정통주의 신학으로 규정했다.
한국 개신교회에서는 ‘종려주일과 함께 고난주간’으로 한 주간을 묵상하는 과정을 지냈는데, 언제부터가 ‘사순절’로 대치하고 있다. 서방교회가 고대에서 중세로 넘어오면서 신비 묵상을 긴 날짜를 제정해서 종교심을 과시하려고 한 것인데, 어떤 날짜를 준수하여 외적으로 믿음을 확인하려는 것이다. 신비를 묵상하는 것에서 종교심(자기 믿음)을 과시하는 형태로 왜곡한 것이다. 사유(思惟, contemplation)은 경건에 유익하지만 헛된 사변(idle speculation)은 인간 종교로 나간다. 사순절에 유익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인간적 유익(즐거움과 만족)에 불과하다.
둘째, 사순절은 사육제(謝肉祭, carnival)를 상상하게 한다.
▴브라질 리우의 카니발
사육제는 사순절에 행할 고행을 위해서 사순절에 벌이는 의식이다. 사순절에 육식(肉食)을 금하기 전에 ‘고기를 폭식’하는 절기이다. 육식을 금지하는 사순절이 오기 전 3-8일 동안 술과 고기를 먹으며 즐기는 축제이다.
‘사육제(카니발)’는 ‘브라질 리우의 카니발’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브라질의 카니발과 사순절을 연결시키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브라질의 카니발을 기독교 축제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그러나 카니발은 사순절 시작을 알리는 신호다. 카니발은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까지 진행한 뒤, 사순절을 시작한다.
셋째, 사순절 40일 동안 금식 등 다양한 영성 훈련을 갖는다고 주장한다.
천주교는 사순절을 ‘빠스카(逾越節)’와 연결하는데, ‘빠스카는 유월절’이다. 천주교에서 ‘부활절’은 ‘빠스카의 신비’, ‘빠스카의 축제’가 있는 날이다. 천주교는 ‘빠스카’가 ‘지나간다’는 뜻이기 때문에 ‘과월절(過越節)’이라고 번역했다(peschach, passover, 逾越節, 過越節).
천주교에서 준수하는 '빠스카'의 신비에는, 부활절의 '부활의 신비'가 있는 것이 아니라 '빠스카의 신비'가 있다. ‘사순절’의 결국이 ‘빠스카의 신비’이다. ‘빠스카 양초’가 영성 훈련의 도구로 등장할지 모른다. 부활절 새벽에 왜 양초를 켜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사순절의 시작 ‘재의 수요일’, 부활절의 시작 ‘빠스카 양초’이다. 경건 훈련을 하는데 기간이나 도구가 필요 없다. 기도에 도움을 받기 위해서 묵주를 돌릴 필요가 없고, 기도 분위기를 위해서 초를 켤 필요도 없다. 경건은 말씀과 기도로 충분하다./ 윤광식 기자(kidokilbo@daum,net)